경마 배당 정확도의 과학 — 효율적 시장가설과 벤터의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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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대중이 만든 경마 배당은 실제 승률을 상당히 정확하게 반영하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홍콩 경마 데이터를 분석한 윌리엄 벤터(William Benter)의 1994년 논문은 대중 배당이 말의 승률에 대한 정교한 추정치임을 통계적으로 확인했고, 동시에 인기마는 과소평가되고 비인기마는 과대평가되는 favorite-longshot bias라는 체계적 편향도 1949년 이후 학계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이 글은 효율적 시장가설의 관점에서 경마 배당 정확도를 다룬 실제 학술 문헌만을 근거로, 배당이 어디까지 정답이고 어디서부터 틀리는지를 정리한다.
경마 배당은 누가 정하나 — 패리뮤추얼 시장의 구조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경마 시행국은 패리뮤추얼(pari-mutuel) 방식을 쓴다. 사업자가 배당률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권 구매액의 분포가 그대로 배당률을 만든다. 특정 말에 돈이 몰릴수록 그 말의 배당률은 내려가고, 외면받을수록 올라간다. 즉 배당판은 수많은 참가자의 예상이 실시간으로 집계된 일종의 예측 시장이다. 한국 경마의 경우 승식에 따라 발매금의 73~80%가 적중자에게 환급되는 구조인데, 공제와 배당 계산의 세부 원리는 환급률과 배당률의 구조에서 따로 다뤘다.
효율적 시장가설을 경마에 적용하면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은 가격이 이용 가능한 정보를 모두 반영한다면 누구도 지속적으로 시장 평균을 이길 수 없다는 이론이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Thaler)와 윌리엄 짐바(William Ziemba)는 1988년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논문에서 경마 베팅 시장이 주식시장보다 효율성 검증에 오히려 유리한 실험실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마권은 경주 종료라는 명확한 종료 시점에 가치가 확정되므로, 가격(배당)이 옳았는지를 즉시 채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채점 결과, 시장은 대체로 효율적이되 몇 가지 흥미로운 이상 현상(anomaly) 이 존재한다는 것이 두 사람의 정리였다.
대중 배당의 정확도 — 벤터의 1994년 검증
가장 자주 인용되는 실증 연구는 홍콩에서 활동한 윌리엄 벤터의 1994년 논문 Computer Based Horse Race Handicapping and Wagering Systems: A Report다. 벤터는 1986년 9월부터 1993년 6월까지 로열홍콩자키클럽(현 홍콩자키클럽)에서 열린 경주 데이터를 이용해, 대중 배당에서 역산한 승률 추정치와 과거 성적 등 기초 변수로 만든 자체 모델의 예측력을 비교했다. 그는 대중의 암묵적 승률 추정이 실제 우승 빈도와 대체로 잘 일치한다고 보고했다 — 배당판이 이미 상당히 정교한 예측이라는 뜻이다.
| 모델 | 적합도(pseudo-R²) |
|---|---|
| 대중 배당 단독 | 0.1218 |
| 펀더멘털(기초 변수) 모델 단독 | 0.1245 |
| 두 정보를 결합한 모델 | 0.1396 |
이 표가 말해주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대중 배당은 그 자체로 강력한 승률 추정치다. 수년치 데이터를 정교하게 가공한 통계 모델과 거의 대등한 적합도를 보였다. 둘째, 그럼에도 배당이 담지 못한 정보가 존재해서, 배당과 통계 모델을 결합하면 어느 한쪽 단독보다 예측력이 높아졌다. 벤터는 자기 모델이 대중과 의견이 갈릴 때 실제 결과가 대중 추정 쪽으로 상당 부분 회귀하는 경향까지 관찰해, 대중이 자신의 모델에 없는 정보를 갖고 있음을 인정했다. 통계 모델과 대중 예상의 이런 상호보완 관계는 AI 예측과 대중 배당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더 자세히 비교한다.
배당이 체계적으로 틀리는 지점 — favorite-longshot bias
그렇다면 배당은 어디서 틀릴까. 가장 견고하게 확립된 이상 현상이 favorite-longshot bias(인기마-비인기마 편향) 다. 1949년 심리학자 리처드 그리피스(Richard Griffith)가 미국 경마 데이터에서 처음 보고한 이래 수십 년간 재확인된 현상으로, 요약하면 대중은 비인기마(롱샷)에 실제 승률보다 많은 돈을 걸고, 인기마에는 실제 승률보다 적은 돈을 건다.
- 인기마(저배당): 배당이 암시하는 승률보다 실제 승률이 높은 경향 — 시장이 과소평가
- 비인기마(고배당): 배당이 암시하는 승률보다 실제 승률이 낮은 경향 — 시장이 과대평가
- 편향의 크기: 스노버그와 울퍼스(2010)가 1992~2001년 미국 경주 출주 기록 561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배당 100배(100/1) 이상의 극단적 비인기마에 대한 평균 수익률은 약 -61%로, 인기마 구간(평균 손실 약 5% 수준)보다 훨씬 나빴다
주의할 점은 이 편향이 순위 정보의 오류가 아니라 확률 크기의 오류라는 것이다. 배당 순위와 실제 승률 순위는 대체로 일치한다. 즉 1번 인기마가 5번 인기마보다 자주 이긴다는 판단에서 대중은 거의 틀리지 않는다. 틀리는 것은 극단 구간의 확률 눈금이다 — 아주 낮은 확률을 실제보다 크게 느끼는 것이다.
왜 이런 편향이 생길까 — 위험 선호인가, 확률 오지각인가
경제학계는 이 편향의 원인을 두 가설로 나눠 검증해 왔다. 하나는 사람들이 낮은 확률의 큰 보상을 알면서도 선호한다는 위험 선호(risk-love) 가설, 다른 하나는 낮은 확률 자체를 실제보다 크게 지각한다는 확률 오지각(misperception) 가설이다. 스노버그와 울퍼스는 단승뿐 아니라 복승·쌍승·삼쌍승 등 조합 승식의 가격까지 비교하는 방법으로 두 가설을 분리 검증했고, 결과는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이 예측하는 대로 확률 오지각이 주된 원인이라는 쪽을 지지했다. 사람의 확률 감각이 극단값에서 휘어진다는, 경마장 바깥에서도 통용되는 행동경제학의 일반 법칙이 배당판에도 새겨져 있는 셈이다.
그래서 배당은 정답인가 — 문헌이 말하는 결론
학술 문헌의 결론은 양쪽 극단을 모두 기각한다. 배당은 무의미한 숫자가 아니다 — 수많은 참가자의 정보가 집계된, 단일 지표로는 가장 강력한 승률 추정치에 가깝다. 그러나 완전한 정답도 아니다 — favorite-longshot bias라는 체계적 편향이 존재하고, 벤터의 결합 모델이 보여주듯 배당 바깥의 정보도 분명히 있다. 요컨대 경마 시장은 대체로 효율적이지만 완전히 효율적이지는 않은 시장이며, 이는 주식시장을 두고 내려지는 결론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마 배당률은 누가 정하나요?
사업자가 아니라 구매자 전체가 정한다. 패리뮤추얼 방식에서는 마권 구매액의 분포에 따라 배당률이 자동 계산되며, 한국에서는 한국마사회가 발매를 시행하고 승식별로 발매금의 73~80%가 적중자에게 환급된다.
Q. 배당이 낮은 인기마가 실제로 더 자주 이기나요?
그렇다. 배당 순위와 실제 승률 순위는 대체로 일치한다는 것이 여러 연구의 공통 결과다. 나아가 favorite-longshot bias 연구에 따르면 인기마는 배당이 암시하는 승률보다도 실제로는 조금 더 자주 이기는 경향이 있다.
Q. 효율적 시장가설이 경마와 무슨 관계가 있나요?
경마 배당은 참가자들의 예상이 집계된 가격이므로, 가격이 정보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검증하는 시장 효율성 연구의 소재가 된다. 세일러와 짐바(1988)는 경주 종료 시점에 마권의 가치가 확정되어 즉시 채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마가 주식시장보다 검증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Q. 윌리엄 벤터는 누구인가요?
홍콩에서 컴퓨터 기반 경마 예측 모델을 운영한 인물로, 1994년 논문에서 대중 배당과 통계 모델을 로짓 방식으로 결합하는 기법과 그 실증 결과를 공개했다. 이 논문은 경마 시장 효율성 연구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문헌 중 하나다.
Q. favorite-longshot bias를 이용하면 수익을 낼 수 있나요?
학술적으로 편향은 반복 확인됐지만, 패리뮤추얼 공제(한국 기준 발매금의 20% 이상)를 고려하면 편향의 존재가 곧 수익 기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 문헌의 결론이다. 이 글은 시장 원리에 대한 정보 제공 목적이다.
참고 자료
- Benter, W. (1994). Computer Based Horse Race Handicapping and Wagering Systems: A Report (PDF)
- Acta Machina — Revisiting the Algorithm that Changed Horse Race Betting (벤터 1994 논문 주해)
- Snowberg, E. & Wolfers, J. (2010). Explaining the Favorite-Longshot Bias: Is it Risk-Love or Misperceptions? NBER Working Paper 15923
- Thaler, R. & Ziemba, W. (1988). Anomalies: Parimutuel Betting Markets.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2(2)
- 한국마사회 마권 환급률 안내 — 패리뮤추얼 정산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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